사내칼럼

[만파식적]다라비



2006년 인도 뭄바이. 빈민촌 출신인 18세 소년 자말 말릭은 인기 TV 퀴즈쇼인 ‘누가 백만장자가 되고 싶은가’에 출연한다.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무시당하던 그는 예상을 깨고 최종 라운드까지 진출한다. 거액의 상금을 눈앞에 둔 순간 자말은 퀴즈쇼 부정행위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취조를 받는다. 하지만 그가 살아온 절절한 순간들이 정답의 실마리였음이 밝혀지면서 우승을 거머쥔다. 2009년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등 8관왕에 오른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스토리다. 하지만 인생 역전쇼의 뒤편에는 인도 빈민가의 우울한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영화의 배경이 바로 아시아 최대 빈민가인 다라비다.

어부들이 사는 습지였던 다라비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9세기 후반 빈민촌으로 바뀐다. 식민 통치를 하면서 공해 산업과 인도 원주민들을 이곳으로 쫓아낸 것이다. 이들은 쓰레기로 습지를 매립해 터전을 일궜다. 생활은 극도로 열악했다. 주택은 화장실도 없이 성냥갑처럼 빼곡하게 늘어섰고 2층에 오를 때는 사다리를 이용해야 했다. 변기는 주민 200명당 1개에 불과했다.


1947년 인도가 독립하며 다라비도 전환점을 맞이한다. 도심의 폐기물 투기장 역할을 하게 됐는데 주민들은 여기에서 돈을 벌 기회를 갖는다.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해 가전제품 등을 새 제품처럼 만들어 팔기 시작한 것이다. 또 소규모 가죽공장 등을 돌려 미국과 중동 등에 수출하면서 연간 최대 10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게 됐다. 인구도 늘어 2.1k㎡에 100만명가량이 밀집해 살고 있다. 투표 열기도 워낙 높아 정치권의 거대 표밭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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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을 제외한 브라질·인도 등 브릭스(BRICS) 지역에 급속하게 확산 중인 가운데 다라비가 핫스폿(집중 발병 지역)이 되고 있다. 골목이 좁은데다 작은 집에 7~8명 이상 몰려 살다 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가뜩이나 깨끗하지 못한 생활로 전염병에 시달려온 다라비 주민들이 코로나19와의 힘겨운 전쟁을 잘 극복해내기를 기원한다.

/김영기 논설위원

김영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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