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ICT

홍콩시위 도왔지만 IS테러에도 이용...두 얼굴의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창구 역할 텔레그램의 실체

러시아판 페북 만든 두로프 형제

정부 검열에 반발한 후 獨서 창업

보안위해 사비 운영·월 3억명 이용

민주화 활동가 소통수단 불구

테러·흉악범죄자 소굴되기도







#1.
지난 1월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텔레그램과 위챗 등을 통해 중국내 성매매가 ‘패스트푸드’처럼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8년 텔레그램은 아동 음란물이 공유된다는 이유로 애플 앱스토어에서 삭제되기도 했다.

#2. 홍콩의 민주화시위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지난해 7월 홍콩의 텔레그램 가입자가 이달에만 11만명이 늘었다. 당국의 감시망을 피할 수 있어 시위 참가자들은 텔레그램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등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실제 텔레그램은 독재 정권에 저항하는 활동가들의 소통창구로 널리 쓰인다.

N번방·박사방 사건 가해자들이 미성년자 성착취 등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주요 창구로 알려진 은밀한 메신저, 돈도 시장 지배도 아닌 오로지 보안만을 우선으로 하는 까닭에 갖게 된 텔레그램의 ‘두 얼굴’이다.

◇反정부 메신저로 출발한 텔레그램=처음부터 텔레그램은 ‘검열받지 않을 자유’를 목적으로 탄생했다. 러시아의 페이스북 격인 ‘브콘탁테(VKontakte)’의 창립자 파벨 두로프(36), 니콜라이 두로프(40) 형제가 푸틴 정권의 검열을 피해 2013년 독일에서 만들었다. 두로프 형제는 2011~2012년 러시아 총선과 대선 이후 반(反)푸틴 시위 참여자에 대한 러시아연방보안국(FSB)의 개인정보 요청에 반발해 망명한 상태였다. 파벨 두로프는 2018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영화 ‘브레이브 하트’ 사진과 함께 “인터넷 IP는 앗아가도 자유는 앗아가지 못한다”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텔레그램은 메시지 암호화와 대화 삭제 등 보안 기능을 내세워 고객을 모았다. 2018년 공식 발표한 월 이용자만 2억 명으로, 현재 3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텔레그램은 참가한 사용자 기기에만 메시지 내용이 저장되는 ‘비밀 대화’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간 암호화(End-to-end encryption)’ 기술을 활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 메시지를 읽을 수 있다. 상대방 기기에 남은 메시지까지 자유롭게 삭제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상금 30만 달러(약 3억원)를 걸고 텔레그램 암호 체계를 해독하는 해킹 콘테스트를 열었지만 성공한 사람은 없다.


텔레그램은 광고 등을 통해 돈을 벌지도 않는다. 보안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창업자 중 한명인 파벨 두로프의 사비로 운영된다. 텔레그램 측은 운영자금이 부족하게 될 경우 수익사업이 아닌 기부를 통해 충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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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치도 미궁이다. 독일에서 설립한 후 영국,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으로 소재지를 수시로 옮겨왔다. 경찰 역시 미국 수사당국과 협력해 위치를 추적 중이다.

◇독재정권 국가 활동가들의 소통창구=철저한 보안에 어느 정부의 협조 요청에도 응하지 않는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해 텔레그램은 독재 정권 하 운동가들의 소통 창구로도 애용된다. 이란 전역으로 퍼진 2017년 반정부 시위에서 텔레그램은 시위 정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메신저로 널리 사용됐다. 시위 규모가 2009년 이후 커지자 이란 정부는 부랴부랴 텔레그램 차단에 나섰다. 지난해 홍콩 민주화 시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13만 명이 넘는 홍콩 시민이 한 채팅방에서 시위 방향성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정보를 공유해 화제가 됐다.

이처럼 철통같은 보안으로 국내에서는 ‘사이버 망명지’로 각광을 받았다. 수사기관의 ‘카카오톡 사찰’ 논란이 불거졌던 지난 2014년에는 텔레그램 가입 열풍이 불었다. 2016년에는 국가정보원의 감청 권한을 확대하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서 또 한번 텔레그램으로 ‘메신저 망명’이 이어졌다.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집”…해결책은 요원=하지만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보안성은 이용자들을 열광시킨 동시에 범죄자들을 끌어모았다.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IS)가 테러를 종용하는 창구로 이용한 게 대표적이다. 북한 해킹조직으로 알려진 ‘라자루스(Lazarus)’ 역시 텔레그램을 이용해 암호화폐를 해킹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2018년 테리사 메이 영국 전 총리는 텔레그램을 ‘범죄자와 테러리스트의 집’이라고 비판하기도 했을 정도다.

문제는 해결방안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텔레그램은 하나의 수단일 뿐 이라고 강조한다. ‘소라넷’에서 웹하드로, SNS인 ‘텀블러’, 메신저 ‘디스코드’, ‘다크웹’ 등으로 장소만 바뀌며 범죄가 벌어지고 있어서다. 이상진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원장은 “다크웹 같은 사각지대를 찾아 범죄가 옮겨가는 풍선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기술만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만들 수 없다”며 “아동 성범죄가 수면 위로 올라온 시점에서 범죄자에 대한 일벌 백계와 국제 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구태언 변호사는 “성착취물 유통 범죄는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언더커버 인베스티게이션(비밀수사)을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가의 지속적인 단속과 법 집행을 통한 예방효과를 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지현,김성태 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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